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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크나큰 사랑의 실천
참다운 대승보살이면, 그는 결코 평화롭고 안락한 피안의 언덕, 열반의 세계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모순과
고통이 뒤범벅이 되어 있는 인간사회의 현실 속으로 다시 돌아와 고해(苦海)의 전 중생과 더불어 호흡하고, 그 고통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그들을 교화하고 구제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구도자가 피안의 세계, 극락이라는 그 낙원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往生廻向(왕생회향)이라고 하고, 그 피안의 세계에서 뭇 중생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다시금 이 차안(此岸)의 언덕, 고통의 바다로
되돌아오는 것을 還相廻向(환상회향)이라고 한다. '왕생회향'이 곧 상구보리(上求菩提)라면, '환상회향'은 곧 하화중생(下化衆生)이다.
물론 '차안'과 '피안'이 둘이 아니듯이, '왕생회양'과 '환상회향', 그리고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이 서로 다른 별개적인 것은
아니다. 만해(萬海)는 「명상」이라는 시에서 '왕생회양'과 '환상회향'을 동시에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미 앞서 인용한 바
있는「명상」의 1연은 '왕생회양'을 노래한 것이라면 다음의 2연은 '환상회향'하는 모습을 잘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의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을 꾸미려고 돌아 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어린
풀의 장단에 맞추어 넘실 거립니다.
- ☞[시집(詩集)내용
☞ '명상(冥想)']
이처럼 그는 피안의 그 언덕에서 부여잡는 손길을 용감히 뿌리치고 이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편안하고 안온한 극락의 세계에 가기를 염원하고 또한 거기에 머물고 돌아 올 줄을 모른다.
그러나 아픈 이웃이 있는 한 그
피안의 세계에선들 어떻게 기쁨을 누릴 수 있겠는가.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 용기와 용단이 있어야 한다. 만해는
돌아왔다. 냉혹하고 어두운 이 현실의 세계로. 그리하여 그 아름다운 하늘나라의 손짓과 유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마음 속 단단히 다짐을 두는 것이다.「그들이 나를 하늘로 오라고 손짓을
한대도 나는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마음 속 단단히 다져둔 다짐은
강렬하여「고통의 가시덤불 뒤에 환희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하여 님을 떠난
나는 아아 행복입니다」라고 노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이르면 만해의 님은 저
멀리에서 손짓하고 있는 이상자아(理想自我)로서의 님은 아니다. 그 님은 건져야 할 중생이 되고, 되찾아야 할 조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어두운 조국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눈 어두운 중생들을 밝히는 지혜의 광명이 되며, 어두운 밤 길 잃고 헤매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등불이 되고자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시집(詩集)내용
☞ '알 수 없어요']
「누구」는 애타게 찾던 첫사랑의 님이기도 하고, 가엾은 중생이기도 하다. 그 누군가가 곧 아직은 가야
하는 고향, 도달해야 할 피안의 세계, 지고의 인격자인 님일 경우 꺼지지 않는 불씨는 곧 구도자의 열렬한 구도심이며 열정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님의 모습이 중생으로 비칠 때 그 등불은 곧 보살의 지혜 광명이며, 어둡고 험한 길목을 지켜주는 장명등(長明燈)일
수가 있다.
『화엄경』에서는 지혜광명(智慧光明)이 곧 등불로 표현된 바 있다.「보살 마하살은 그의 몸을 하나의 크고 밝은 등불로 삼기를
스스로 원한다. 환한 광명이 되어, 일체 모든 중생들을 널리 일깨워 줄 수 있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가엾은 중생들을 보았을 때 그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 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리어서 이 시를
쓴다.
- ☞[시집(詩集)내용
☞ '군 말']
고 하며 스스로를 길 잃은 양을 찾는 목자로 자임하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열정이 깊어갈 때
스스로 이 고통의 세상에서 저 행복의 언덕을 왕래하며 중생들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가 될 것을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 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앝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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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나룻배와 행인']
흙발로 짓밟는 중생을 안고 물을 건너가는 나룻배, 그것은 곧 보살의
길이다.『사익범천소문경(思益梵天所問經)』에서「비유하면 보살은 다리나 배와 같은 존재다. 사람들을 건너 주되,
분별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보살이 나룻배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셔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품으로 오셔요. 나의 품에는 부드러운 가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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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오 셔 요']
이처럼 그는 또한 님을 맞을 아름다운 꽃동산과 부드러운 가슴을 준비해 놓았다고 노래하기도 했다.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자 만이 그와 만나는 모든 대상을 죽이지 않고 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와 만나는 모든 것을 죽이지 않고 살려 가는
자만이 진장한 보살일 수가 있다.
7. 맺 는 말
지금까지 필자는 시집『님의 沈默』을 통해서 만해(萬海)의 사상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구도와 교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승보살의 이념이 진하게 깔려 있음이 확실하다. 이 조그만 작업은 동시에 만해(萬海)의 님이 불교적으로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확실히 만해의 님은 우리들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자기 본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조국일 수 있고, 중생일 수 도 있다. 이처럼 님의 모습이
희망의 깃발로 나부끼거나, 진정한 자아(自我)의 모습으로 떠오르거나, 다시 길 잃은 양으로 변하더라도 그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同)의 님일 뿐이다. 또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럿일 수 있는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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