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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남의 기쁨
님을 만나기 위한 노력은 지극한 기다림을 고대(苦待)로 표현되기도 한다.
당신은 나로 하여금 날마다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합니다.
해가 저물어,
산 그림자가 촌집을 덮을 때에 나는 기약없는 기대를 가지고 마을 숲 밖에 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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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고대(苦待)']
그는 또「어둠의 입이 황혼의 엷은 빛을 삼킬 때에」·「시름없이 문 밖에 서서」님을 기다리고「쓸쓸한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님을 기다린다.「거짓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을 알았고」·「참 맹세를 깨치고 가는 이별은 옛 맹세로
돌아 올 줄을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나는 님을 기다리면서 괴로움을 먹고 살이 찜니다.
어려움을 입고 키가 큽니다」고
노래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만해가 그토록 만나기를 염원하던 그 님은 확실히 저 산 너머에 살고 있는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었다. 그
님은 곧 잃어 버린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만해(萬海)는 어느 날 문득 그렇게 기다리던 그 님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확인하게
된다.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그리웠습니다」로 시작되었던『달을 보며』라는 시가「아아,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는 마지막 구절로 끝나고 있음이 바로 그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나는 곧 당신이예요」라는『당신이 아니드면』이라는 시의 한
구절은 이 사실을 더욱 분명히 말해 주는 것이다.
만해는 그토록 애태우며 만나기를 염원했던 그 님을 그의 가슴에 껴 안게
된다.
나는 나의 님을 힘껏 껴안았습니다.
나의 팔이 나의 가슴을 아프도록 다릴
때에 나의 두 팔에 비어진 허공은 나의 팔을 뒤에 두고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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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잠 없는 꿈']
님과의 만남이란 여래장(如來藏) 속에 숨어 있는 자기의 가장 소중한 일부인 본각(本覺)에 도달하는
것이고, 이 현실의 세계, 고통의 바다로부터 벗어나 저 피안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만해(萬海)는 그가 도달할 수 있었던 그
피안의 세계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포류되어, 멀고 먼
별 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하여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쇄'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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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명상(冥想)']
피안의 세계는 확실히 현실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 저 먼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구만리 장천을 넘어 있는 것도 아니요, 서쪽의 어느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피(彼)와
차(此)의 구별이란 원래 없듯이 피안의 세계 또한 우리들 인생이 설정하는 하나의 이상의 세계에 불과할 뿐이다. 님과 만난다는 것은
자아성(自我城)의 재구축(identity reformation)인 것이다.
여러 가지의 억압과 제한을 받아 허물어졌던
자아성(自我城)이 굳건히 재건될 때 우리들 인생은, 타국을 오랫동안 방황하던 나그네가 드디어 그리운 고향의 옛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그 충족감(the sense of being at home)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해(萬海)는 이러한 충족감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아지랑이 같은 꿈과 금실 같은 환상이 님
계신
꽃동산에 들릴 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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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내용
☞ '만 족']
이러한 만족은 고향에 되돌아 간 자만이, 잃어 버린 소를 찾아 그 고삐를 손에 쥔 자만이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법열(法悅)인 것이다. 님과의 만남은 소외(疏外)의 종결을 의미한다. 소외의 종결이란, 에릭프롬이
말했듯이,「인간이 충분히 그 인간성을 실현했을 때 낯선 사람은 이제 낯선 사람을 벗어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낯선 사람임을 그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참다운 조화와 일치(一致)로서, 세계와 자기 자신의 내면(內面)과의 일치의 체험인 것이다.
이 때는 이미
주(主)와 객(客), 자(自)와 타(他), 자아(自我)와 세계의 분별이 없어지고 자아가 곧 세계, 세계가 곧 자아로
인식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무분별지(無分別智)며 무아(無我)인 것이다.
무아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아(我)이듯이, 결코 자아가
없어진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아의 여러 가지 경계가 없어지고 무한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아를 둘러싸고 있던 견고한
담장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지금 여기만에 집착하면서 사는 소아(小我)의 테두리를 벗어나 영원과 무한히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사는
대아(大我)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사는 것이 아니다. 한 생각, 찰라의 순간은 곧 영겁의
시간이고, 그 영원한 시간은 곧 이 찰나의 순간이기「一念卽是無量劫 無量遠劫一念(일념즉시무량겁 무량원겁일념)」 때문이다. 우리들이 현재
이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은 곧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사는 것이다. 또한 우리들 인생은 결코 우리들이 갇힌 이 좁은
공간에만 국한되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위치한 곳은 상하좌우(上下左右) 어느 곳으로도 통하는 넓은 공간인 것이다.
만해(萬海)가 님이 있는「그 나라는 국경(國境)이 없습니다. 수명(壽命)은 시간이 아닙니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은 분명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아뭏든 님과의 만남은 개오(開悟)다. 억압상태의 극복이다. 무의식의 세계가 확실한 의식의 세계로 전개된
것이다.
만남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님이 온 것도 아니고, 우리들이 님에게 달려간 것도 아니다. 님과의 이별이 거짓이별 이었듯이 그
님은 우리들 곁을 떠난 적이 없었고, 우리 또한 님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님은 단지 무명의 먹구름 뒤에 가려 있었을 뿐이다.
어느 곳이 고향 아니랴마는 다만 나그네가 타향으로 낯설게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이별했던 님을 만난다는 것은 더욱 기쁘다. 이와
마찬가지로 번뇌와 고통을 통해서 얻는 기쁨은 더욱 의미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에릭 프롬은「소외나 지성의 발달을 통과한 후의 비억압은
보다 높은 단계의 무구(無垢)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무구에의 회귀는 인간이 일단 자기의 무구를 한번 상실한 후에 있어서만 가능한
것이다」라고 정신분석학적인 표현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별과 기다림, 그리고 좌절과 고뇌를 거친 후에 얻는 사랑은 더 진하고 더
의미있는 사랑으로 승화된다. 이 때의 사랑은 첫 사랑을 넘어서, 보다 완전한 사랑으로 되는 것이다. 소외와 억압, 그리고 깊은 상처와
좌절이라는 인생의 먼 뒤안길을 돌아「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은 성숙한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6. 크나
큰 사랑의 실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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