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그 사랑의 비밀 萬海;卍海 -시집(詩集)「님의 침묵」-     [전체목록] 詩集 [님의 침묵]에 한 말씀(영문학자 송욱) "세계에서 지금까지 단 한 권밖에 없는 사랑의 증도가(證道歌)이며, 그것이 지닌 뜻을 우리 민족은 누구나 영원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시집은 문학사는 물론 장차 우리 사상사에 있어서도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도 남으리라."  [강의 내용 목차]  1. 서 설  2. 첫사랑의 님  3. 첫사랑의 이별  4. 님 만나러 가는 길  5. 만남의 기쁨  6. 크나큰 사랑의 실천  7. 맺는 말   3. 첫사랑의 이별 첫사랑의 님은 왜「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맹세」를 깨고 그로부터 떠났을까?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닌데」 그는 왜「차마 떨치고」갔을까? 그는 말한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죽음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푸른 꽃에는 이별이 없다」고. 그렇다. 「죽음없는 영원의 생명」인 진여(眞如)의 세계에는 이별이란 없다.  眞如(진여), 참으로 한결같이 맑고 깨끗하며 언제나 변함없는 진리의 세계에는 님이라고 부를 당신도, 또 그 님을 사랑하는 나도 없으며(不二;불이), 또한 가고 옴도 없으니(不去不來;불거불래), 이별이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침(浮沈)하는 생멸(生滅)의 바다에는 이별이 따르는 것이다. 바람이 잠든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에는 삼라만상이 모두 다 제 모습을 비춘다(海印;해인). 그러나, 그 잔잔하던 바다에 파도가 일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하나도 제 모습을 들어내지 못한다. 거꾸로 비친다. 전도망상이다. 그 바람을 무명망풍(無明妄風)이라고 한다. 그 무명(無明)의 바람이 불어오면 갖가지 번뇌의 물결이 일렁인다. 이때 사람들은 자기의 참 모습을 잃고 만다. 소외되고 만다. 고향으로부터 밀려나 낮선 곳으로 헤매는 나그네 신세가 되는 것이다. 우리들 가슴에 지혜롭지 못한 무명의 바람이 불어가면, 우리는 그 사랑하는 님을 이별하고 마는 것이다. 분명 이별은 님이 원한 것도, 내가 바랬던 것도 아니다. 원천적인 근본 무명 탓일 뿐이다. 그러나, 그 이별은 만해가 말했듯이「거짓 이별」인 것이다. 바람이 자면 파도도 자고, 파도가 자면 잔잔한 바다에 이별한 님의 얼굴이 다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결코 우리는 님과 영영 이별한 것이 아니다. 진실로 우리는 고향을 떠나 타향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향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고향이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설사 그 이별이「거짓 이별」이라고 하더라도 이별은 이별이다. 그래서 만해는「거짓 이별이라고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님을 이별한 슬픔은 깊고, 기다림 또한 간절해지는 것이다.   4. 님 만나러 가는 길 참으로 이 세상에는 길도 많다. 너무나 많은 인생의 길들이 있다.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쫓아갑니다. 의(義)있는 사람은 옳은 길을 위해서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 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 ☞[시집(詩集)내용 ☞ '나의 길']   이 처럼 이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인생의 길목에 섰을 때 우리들은 누구나 한번쯤 망설이리라. 만해(萬海) 또한 망설였다. [ 밭을 팔아 책을 살까 책을 덮고 칼을 갈까 ]라고, 그는 또 주저했다. [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대자연을 따라 초연생활을 할까 ]라고. 그러나 그는 이렇게 인생의 길목에 서서 망설이던 그 순간에 그 첫사랑의 님을 기억하게 된다. 「꽃다운 얼굴」·「향기로운 목소리」를 가진 그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낼 수가 없습니다. - ☞[시집(詩集)내용 ☞ '나의 길']   무엇이 이러한 용단을 가능하게 했을까? 만해가 이처럼 만나기를 원하는 그 첫사랑의 님은 곧 우리들 나그네 인생들이 떠나온 고향이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의 참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님은 진리 바로 그것이며, 도(道)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님에 비해「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 」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님이 곧 도(道)이고 진리라면 님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길은 구도(求道)의 길이고, 님을 만나겠다는 비상한 각오, 그것은 곧 구도심(求道心)이며 보리심(菩提心)이다. 인생의 길을 결정한 만해는「님」을 만나기 위해 외로운 구도와 편력의 길을 떠난다. 「동무도 노리개도 없는」외롭고 먼 인생의 길을, 마치『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제동자처럼. 님을 향한 그 길은 너무도 외지고 험난했고, 「고개도 많고 물도 많았다.」그러나 그의 님은 저쪽 언덕에서 손짓한다. 산너머 저 먼 곳에서 어른거린다.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넘고 물건너 나의 마음을 비춥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 ☞[시집(詩集)내용 ☞ '길이 막혀']   이처럼 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막혔을 때도 그는 결코 돌아서지 않는다. 그 천애의 낭떠러지기에 몸을 던진다. [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려는 길에 주어라. 그리고 쉬지 말고 가거라 ]라고 노래한다. 구도의 길에 자신의 생명을 던지는 자세, 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보살의 구도다. 지극히도 순수한 종교인의 귀의(歸依)다. 아니 귀명(歸命)이다. 참다운 종교인의 믿음이고 기도이다.   돛과 키를 잃고 거친 바다에 漂流(표류)된 작은 생명의 배는 아직 발견도 아니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 줄기 희망이 나침판이 되고 船路(선로)가 되고 順風(순풍)이 되어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한 끝은 땅을 치고 무서운 바다에 배질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작은 생명을 힘껏 껴안아 주세요. 이 작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여도 환희의 靈地(영지)에서 殉情(순정)한 생명의 파편은最貴(최귀)한 보석이 되어서 조각조각이 적당히 이어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徽章(휘장)을 걸겠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들일 나무도 없는 작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아 주셔요. 그리고 부서진 생명의 조각조각에 입맞춰 주세요. - ☞[시집(詩集)내용 ☞ '생명(生命)']   어쩌면 처량하고 가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애절하고 간절한 기도이다. 그는 또 [늙고 병들고 죽기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않아요. 나에게 생명을 주든지 죽음을 주든지 당신의 뜻대로 만 하여요]라고 하는가 하면, [당신의 명령이라면 생명의 옷까지도 벗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님에게 복종하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 ☞[시집(詩集)내용 ☞ '복종(服從)']   이 세상에 가장 고귀한 목숨까지도 남에게 맡기는 자세는『아미타경』에서 설하는바 순피본원(順彼本願)의 지극한 신앙심이다. 만해(萬海)는 알고 있다. 님과의 이별이란 거짓이별이란 사실을. 거짓이별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이별은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힘주어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의심없이 믿는 것이다. 신뢰하는 것이다. 종교도 믿는 것이다. 믿음이야말로 모든 공덕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5. 만남의 기쁨 -▷▷▷- 계속 up▲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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